‘파친코’ 이민진 “내 소설 읽는 세계 독자, 한국인으로 만들고 싶다” > 문화포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문화포럼

‘파친코’ 이민진 “내 소설 읽는 세계 독자, 한국인으로 만들고 싶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8-09 15:39 조회228회 댓글0건

본문

(위)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

(아래)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애플티브이플러스가 제작한 <파친코> 포스터. 애플티브이플러스 제공

서울 온 ‘파친코’ 재미작가 이민진

출판사 옮겨 새 번역·편집 출간
세번째 작품 ‘아메리칸 학원’ 집필중
“한국교육 의미·역할 다뤄보려 해”
소설 &lt;파친코&gt;의 작가 이민진.

“열아홉살 대학생 시절, 친구와 함께 어떤 강연을 들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백인 선교사의 강연이었는데, 그분이 강연에서 어느 열세살 재일 한국인 소년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부모가 그 까닭을 알고자 소년의 졸업 앨범을 보았더니, 거기에는 ‘너는 김치 냄새가 나서 싫어, 네 나라로 돌아가라, 죽어 죽어 죽어’라고 써 있더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놀랐고 화가 났어요.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제 머릿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다가 <파친코>라는 소설이 되어 나온 것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콘텐츠로 만들어져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소설 <파친코>의 재미 작가 이민진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마련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1989년 일본까지, 거의 한 세기에 걸친 재일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이듬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나 지난 4월 판권 계약이 종료되어 절판되었다가 출판사를 옮겨 새로운 번역과 편집으로 다시 나왔다. 지난달 말 1권이 먼저 나온 데 이어 이달 25일 2권이 마저 출간될 예정이다.
“역사는 우리는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이다. 영어 원문은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로, 이전 번역판에서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되어 있었다. <파친코> 새 번역판은 이렇듯 단어나 문장 차원에서부터 책 전체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이전 번역본과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이민진은 8일 간담회에서 “거의 제 인생 전부를 들여 쓴 소설인 만큼 번역 출간될 때에도 정확하게 소개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번역판은 번역과 책의 구성에서 작가인 저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해주어서 번역자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절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겪은 일들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파친코>를 썼다”며 “내가 톨스토이를 읽을 때 러시아인이 되고 디킨스를 읽을 때 영국인이 되며 헤밍웨이를 읽을 때 약간 미친 남성 미국인이 되는 것처럼,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을 한국인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2017년 미국에서 이 책을 처음 내고 피츠버그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갔는데, 거기 모인 독자 2000명 가운데 99%는 백인이나 흑인이었어요. 아시아계는 거의 없었죠.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원래 제가 좋아한 게 19세기 유럽과 미국의 소설들이었거든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된 사회적 사실주의 소설들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 3~4년 사이에는 그런 행사장에 한국인 독자가 많아졌습니다. 한국인 독자들이 행사 현장에도 오고 제게 편지도 보내는데, ‘마침내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아빠와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국인인 게 자랑스러워요’ 하는 말을 들으면 작가로서 의미와 보람을 느낍니다.”

<파친코>에 앞서 그는 2008년 미국 이민자들의 이야기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발표한 바 있고, 지금은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세번째 작품으로 한국인들의 교육열을 다룬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세계인들이 ‘파친코’라는 단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말을 그대로 쓴 것처럼, 한국어 ‘학원’이 무엇을 뜻하는지 세계인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말을 그대로 영어로 쓸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을 이해하자면 이 말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나가 사는 한국인들에게 교육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게 이 말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교육은 사회적 지위나 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어찌 보면 그 때문에 사람을 억압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이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어요. 한국인들에게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아메리칸 학원>에서 다뤄보려 합니다.”

이민진은 “처음부터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로 일하던 중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 더 늦기 전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용흘이나 차학경 같은 앞선 한국계 미국 작가들이 있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계 미국 여성이 소설을 쓴다는 건 아주 이상하고 낯설게 여겨졌다. 그 뒤로 한국계 미국 작가들 숫자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와 음악 등 한류의 세계적 붐이 저 같은 한국계 미국 작가들의 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예술가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사상에서 먼저 냈던 <파친코>(전 2권)는 지난 4월 판권 만료 전까지 30만부 정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판권 계약을 맺은 인플루엔셜은 <파친코> 제1권을 15만부 제작했다고 밝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