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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문재인…‘환상적 조합’에서 ‘분노 유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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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22-03-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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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정치바_이완의 정치반숙
4년간 엎치락뒤치락 인연

“오늘 아침에도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았다.”

지난 10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대통령.” 윤석열 당선자가 문 대통령을 향해 “우리 대통령”이란 말을 이날 처음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10일 ‘당선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강력히 사과를 요구하자, “우리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없는 사정을 늘 강조해오셨다. 그런 면에서 우리 문 대통령과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윤 당선자가 문 대통령을 지칭할 때는 ‘우리’라는 표현이 입에 붙었는데, 지난 2년 내내 극심하게 충돌했던 이들은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요.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집권과 동시에 윤 당선자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습니다. 고등검사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의 급을 다시 검사장급으로 ‘환원’하면서 차장검사급이던 윤 당선자를 승진시켜 임명한 것입니다. 전임자였던 이영렬 전 지검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5기수나 낮은 윤 당선자(사법연수원 23기)가 발탁된 것은 당시 검찰 내에서 파격 인사로 통했습니다.

파격적인 인사는 윤 당선자가 2012년 대선때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의혹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고, 2013년 국정감사에서 ‘수사 과정에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가 좌천됐던 것을 문 대통령 등 여권이 눈여겨보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중앙지검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할 적임자를 승진인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였던 ‘적폐청산’을 맡을 검찰의 ‘깐부’로 윤 당선자를 지목한 셈입니다.

‘검찰의 꽃’을 꿰찬 데 이어 윤 당선자는 2019년 7월엔 검찰총장 자리까지 오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적폐청산’을 한 공을 인정받았습니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바로 지명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 논란 등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반대를 무릅썼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대에도 적극적으로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에 적합하다고 옹호했습니다. 마지막 ‘허니문’ 기간이 아니었을까요.

문 대통령의 신뢰는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때 거듭 확인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씨와 함께 청와대로 온 윤 당선자에게 “저도 기대를 많이 합니다. 잘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또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이렇게 처리해서 국민들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양쪽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당시 윤 당선자는 직접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장관이 부적합하다는 보고를 하겠다고 하자 청와대는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격앙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조국 전 장관이 조기 사임하자, 문 대통령은 2019년 10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고 심정을 말했습니다. 윤 당선자와 함께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계산이 빗나갔다는 토로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했고, 추 전 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 인사권을 두고 윤 당선자와 정면 충돌했습니다. 2020년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추-윤 갈등’ 혼란이 극심해졌지만, 문 대통령은 정치적 중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징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뒤로 물러섰습니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인 해결을 멀리하는 사이, ‘검찰 개혁’을 둘러싼 윤석열 검찰총장과 여권의 충돌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고 역설적으로 윤 당선자의 정치적 몸값은 날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윤 당선자는 2020년 1월 <세계일보> 차기대선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자 1위로 급부상했었는데, 이제 차기 대권을 넘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야권 차기 주자로 언급되는 윤 당선자를 두고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하며 현직 검찰총장의 정치행보를 앉히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두달 뒤인 2021년 3월4일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직을 사퇴합니다. 윤 당선자는 퇴임의 변을 통해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메시지만을 내놓으며,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애써 지키려 했던 ‘임기제 검찰총장’을 윤 당선자가 걷어찬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양 쪽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적폐청산’의 상징으로 윤 당선자를 불러들였지만, 윤 당선자를 가장 강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만든 셈입니다.

이제 관심은 윤석열 당선자의 ‘우리 대통령’이란 친밀한 표현이 언제까지 갈지 입니다. 윤 당선자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좋든 싫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가 넘는다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떼어 놓으려고 ‘우리 대통령’이라는 서늘하지만 치밀한 전략을 쓴 것인지,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앉혀준 것에 대한 고마운 본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윤 당선자는 지난달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할 것이다”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몬 데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분노’를 표했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그동안 대통령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런데 나중에 검찰이 나서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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