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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칼럼] 검사 처남과 검찰정권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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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5회 작성일 23-11-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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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




유시민의 관찰

이정섭 검사의 비위와 싸고도는 경찰, 검찰

상세한 제보에도 입 꾹 닫은 메이저 언론들

검경, 언론이 제 역할 못한다면 믿을 데는 국회


 


유럽 출장을 다녀오느라 칼럼을 두 차례 쉬었다. 그런데 그 한 달 동안 터진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다. ‘다이내믹 코리아’가 헛말은 아니다. 큰 것만 간단히 살펴보자.

최근까지 어느 신문에 민주당을 저주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칼럼을 썼던 박민 씨가 정말 이상한 절차를 통해 KBS 사장이 된 후 ‘공영방송’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는 KBS를 ‘땡윤뉴스’ 송출하는 ‘관영방송’으로 개조하는 중이다. 집권당 혁신위원장이 된 인요한 씨는 영남 다선 국회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내놓고 요구했다. 그것이 대통령의 뜻임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은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이 되어 형사처벌 요구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마약’을 칼럼 주제로 삼은 이유

대한민국이 자랑해 온 전자정부가 비틀거리고 있다. 행정전산망이 마비상태에 빠져 국민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이 심각한 지장을 받는데도 정부는 고장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시스템은 가다 서다를 되풀이한다. 남북 당국이 핑퐁 게임하듯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휴전선 인근 지역의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는 데 기여했던 9.19군사합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한반도가 군사적 분쟁지역으로 인식되면 우리 경제의 ‘안보 리스크’는 더 커진다. 환율·수출·자본수입 등 해외부문에서 나쁜 일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 모든 사건은 한국 사회의 오늘을 반영하는 동시에 우리의 내일에 크든 작든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깊이 있게 비평하고 해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오늘 칼럼의 주제는 다른 것으로 잡았다. 골프장 이사인 어떤 남자의 마약 사건이다. 원래는 아내가 남편의 마약 투약 행위를 경찰에 알린 단순 사건이었고, 경찰은 수사 결과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피의자가 현직 검사의 처남이고, 그 검사가 하필이면 ‘윤석열 라인’이라는 사실이다. 남편을 고발했던 아내는 그 검사가 개입해 증거가 분명한 마약 사건을 덮어 버렸다고 의심한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문제의 검사가 마약 사건 말고도 여러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일들은 윤석열 정권과 검사집단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다.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사건이 불과 한 달 사이에 그토록 많이 일어난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분석 비평할 필요가 있다.

 

금수저의 마약 복용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 중에 사실로 여길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전후 사정과 사실관계를 추려본다. 수도권 어느 골프장의 이사인 조아무개 씨는 2015년 아나운서 강미정 씨와 혼인했다. 강 씨는 스스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을 세상에 알렸으니 그 뜻을 존중해 실명을 쓴다. 조 씨는 장기간 마약을 했는데 어떤 마약인지 상세하게 다 알려지지는 않았다. 강 씨는 2023년 2월 초순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의 마약 복용 사실을 신고했다. 수서경찰서 형사 여럿이 와서 강 씨의 진술을 듣고 증거를 보았는데, 누군가한테 전화를 받고는 들어오라고 한다면서 철수해 버렸다. 강 씨는 다음날 직접 경찰서에 가서 폭행 혐의로 남편을 고소하고 마약 복용 사실을 고발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졌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경찰은 강 씨가 제출한 조 씨의 모발과 대마카트리지 등 증거물 접수를 거부했다. 조 씨를 신속하게 소환조사하지 않았고 약물 검사를 하지도 않았다. 경찰에 제출한 강 씨 소유 휴대전화의 SD카드가 사라졌고, 서울경찰청은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특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석 달 넘게 시간을 끌다가 뒤늦게 한 모발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며 조 씨를 불송치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제1막이다.

강미정 씨가 제2막을 열었다. 민간업체에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맡겨 서울경찰청에서는 찾지 못한 사진과 문자 텍스트를 확보했다. 그는 경찰의 조 씨 마약 사건 불송치 결정 배후에 ‘시누 남편’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시누 남편’은 최근 수원지검에서 이른바 ‘법카 유용’과 ‘쌍방울 대북송금’ 등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지휘한 이정섭 검사다. 검사는 공인이니, 심각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실명을 쓰는 게 합당하리라 생각한다. 강 씨는 5월부터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여러 언론사 기자를 접촉해 사건을 제보했다. 그러나 어느 언론사도 이 검사의 범죄와 비위 의혹을 기사로 내지 않았다.

귀 막고 입 닫은 언론, 검찰의 섀도우 복싱

강 씨는 국회 김의겸 의원실에 이정섭 검사의 직권남용과 부패 의혹을 뒷받침하는 일부 증거자료를 제공했다. 김 의원은 몇 달의 검증 과정을 거친 후 국회 질의를 통해 사건을 공개했다. 소위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들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자 강미정 씨는 포털에 기사가 오르지 않는 매체의 기자들을 만났다. <뉴스버스>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그는 얼굴과 목소리와 이름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증언했다. 그런데 강 씨의 인터뷰를 보고서도 기자들은 기사를 쓰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그 영상 요약본을 틀었는데도 그랬다. 여기까지를 사건의 제2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막 제3막이 열렸다. 김의겸 의원의 국회 질의와 강 씨의 언론 접촉에 위기감을 느낀 검찰이 이정섭 검사를 대전고검으로 전보 조처하고 그가 재벌그룹 부회장의 접대를 받은 사진이 나온 리조트와 검사들의 라운딩을 예약해 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골프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당의 고발장을 받은 공수처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진짜 수사를 하는지, 아니면 수사하는 시늉만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김영란법 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 혐의와 관련한 곳만 압수수색했을 뿐, 경찰이 조 씨의 마약 사건을 불송치한 과정에서 보인 이상 행동이나 가사도우미의 전과기록을 불법 조회한 이 검사의 심각한 불법행위와 관련한 수사는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명분으로 고발인 강 씨한테 모든 증거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제3막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대답해야 할 질문

마약에 기대어 사는 사람을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자는 돈을 벌려고 남의 인생과 가정을 파괴한다.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법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마약 소비자는 다르다. 마약 중독자는 자기 자신을 해친다. 나는 그런 사람을 비난하기보다는 동정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무수저로 태어났든 마찬가지다. 부자 어머니를 만나 돈 걱정 없이 살면서 마약을 한 조 씨를 나는 가련히 여긴다. 두 자녀와 자신의 인생을 지키려고 남편을 고발한 강미정 씨의 처지도 안타깝다. 그런 사람인 줄 알고 혼인했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이정섭 검사는 부잣집 사위가 되어 집사 노릇을 한 것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사실이 그렇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렇게 사는 것도 하나의 인생이다. 집사 일을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남이 또는 사회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강미정 씨는 이정섭 검사가 과거 자신이 수사했던 재벌기업의 임원한테 금품과 향응과 접대를 받은 정황과 증거를 제시했다. 나는 그가 부패한 검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것을 근거로 검찰 조직이 부패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느 권력기관이든 조직 구성원 개인이 들키지 않고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는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이번 일은 그런 선에서 끝내기 어려운 듯하다. 경찰의 조 씨 마약 사건 처리와 이정섭 검사를 중용한 검찰의 행위에 미심쩍은 대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경찰관과 검사는 국가공무원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업무를 수행한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공무원은 헌법을 존중하고 법률을 지켜야 한다. 공무원이 의무를 어기면 납세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은 화를 내고 책임을 추궁하는 게 당연하다. 나는 경찰과 검찰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봉사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 부당한 특권을 누리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국민은 그런 의심이 들면 질문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묻는다. 다음 질문에 대답하라. 그대들은 공무원으로서 대답할 의무가 있다.

1) 이정섭 검사가 가사도우미를 비롯한 처가 피고용인들의 전과를 불법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시켜서 했는가?

2) 이정섭 검사가 수사 대상이 된 기업의 임원에게 향응과 접대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받았는가?

3) 이정섭 검사가 처남 조 씨의 마약 사건을 무마하는 데 개입한 사실이 있는가? 수서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의 경찰관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증거를 인멸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는가? 만약 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이정섭 검사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수사를 했는가? 했다면 어떤 결론을 얻었는가?

4)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강미정 씨의 이정섭 검사 비위 부패 의혹 제기 시도를 알고 있었는가? 언제 어떤 경위로 알았는가? 그런 정황을 알면서도 그에게 수원지검의 이재명 대표 수사 책임을 맡겼는가?

 

이정섭 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는 사전 녹화됐다. 2023.11.21.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이정섭 검사 처남댁 강미정 씨가 2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는 사전 녹화됐다. 2023.11.21.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검찰과 경찰의 헌법 파괴

경찰의 조아무개 씨 마약 사건 불송치 경위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 원칙을 짓밟았으며, 경찰이 검찰의 공범이 된 게 아닌지 의심하기에는 충분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윤석열 라인’의 검사가 돈 많은 처가의 집사 역할을 하면서 장기간 숱한 부패와 불법을 저질렀는데도 검찰 조직은 그 사실을 몰랐거나 모른 척했다. 몰랐어도 문제, 알면서 눈감아 주었으면 더 큰 문제다. 그 검사의 처남이 마약을 했다고 처남댁이 경찰에 고발했는데도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고 증거 접수를 거부했으며 고발인이 낸 증거를 없애버리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믿기 어려운,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그런 경찰의 행위가 실세 검사의 입김 때문이었다면, 대한민국은 갱들이 지배하는 무법천지와 다를 것이 없는 나라다. 한 마디로 무법천지다.

이런 것이 대통령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입만 열면 되뇌는 법과 원칙에 따른 조처일 수는 없다. 상식적인 법학 이론 또는 정치학 이론을 들먹여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대통령과 검사들은 들은 척도 안 하겠지만 우리라도 알고 있어야 하기에 말한다. 법치(法治)는 ‘법이 다스리는(rule of law)’ 것이지 ‘법으로 다스리는(rule by law)’ 게 아니다. 법치주의는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구속하는 원칙이다. 법치는 권력자가 법으로 국민을 다스리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법을 지키면서 다스리는 게 법치다.

법치가 제대로 선 곳에서는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 이것이 특수계급의 창설을 금지한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그런데 이정섭 검사와 그를 감싸는 검사들은 자신을 특수계급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는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적용하는 경우에도 자의적으로 편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한다. 어떤 물적 증거도 없이 누군가의 진술을 근거로 삼아 가수 GD와 배우 이선균 씨를 마약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공개 소환한 일과 비교해 보라. 검찰과 경찰은 검사뿐 아니라 검사의 처남까지 ‘특수계급’으로 대우했다.

언론마저 썩은 상황 마지막 믿을 건 국회뿐

헌법과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게 검찰과 경찰만은 아니다. 언론도 공범이 되었다. 강미정 씨는 이정섭 검사의 처남 마약 범죄 수사 무마 의혹과 함께 불법 전과 조회와 스키장 접대를 비롯한 범죄와 부패의 증거를 제보했지만 어느 언론도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버스>와 <뉴스공장> 인터뷰가 나간 후에도 인용 보도를 하는 신문 방송이 거의 없었다. 신문 방송을 뒤덮었던 GD와 이선균 씨 사건과 비교해 보라. 한국 언론은 썩어도 너무 심하게 썩었다. 오너가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기 때문이든, 회사가 정부의 광고비를 받기 위해서든, 그도 저도 아니면 기자들이 인터넷언론을 우습게 여기는 탓이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조직적으로 현직 검사 처남의 마약 사건을 무마 은폐함으로써 헌법을 파괴하고 법률을 위반한 이 사건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게 판단하는 신문 방송이라면 헌법이 특별하게 보호하는 언론 자유의 실현 주체로 인정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정섭 검사 사건은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검찰과 경찰과 언론이 법치주의와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이 제3막에서 흐지부지 끝나지 않고 반전이 있는 제4막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검찰정권의 헌법 파괴 행위를 사법부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믿을 곳은 국회뿐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게 용기와 결단력을 주문한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을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기 바란다. 당장 정권을 무너뜨릴 합법적 수단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행정부의 전횡과 불법행위를 제지할 권한은 충분하다. 민주당이 완전 믿음직해서 하는 부탁이 아니다. 달리 의지할 곳이 없어서 하는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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