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한국적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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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국적 예의
얼마 전 국내언론에 보도된 짤막한 기사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의 최고급 호텔인 신라호텔 레스토랑에서 4세 이하 아동의 출입이 금지된다는 보도였다. 이유는 널리 알려진 대로다. 언제부터인가 가정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적절히 바로잡는 것이‘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지나칠 정도의 자유스러움이 용납되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민족이 가장 예의 바른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서구사회라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못지않게 엄격한 예절이 요구되며, 단지 ‘예절’ 이라는 범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의란 좀 더 격조 높은 사회를 이루면서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슬기롭게 영위하기 위한 사회규범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절의 근본적인 목적에서는 동서양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단지 서구에서 예절이란 엄격히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규범을 뜻한다. 이때 타인과의 관계란 나와 사회적인, 혹은 재정적인 이해관계가 없음을 전제하는 관계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양사회에서의 예의란 주로 ‘나와 이미 사회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자’ 와 연관되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주변 친인척 관계, 직장 내의 상하관계, 혹은 동향, 동문 관계 등에서 요구되는 행동이나 태도가 예절의 요체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유교문화적 위계의식과 결합된 권력남용적 악습으로 작용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절개념은 우리의 해외생활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독일인이 들어서면 바로 먼저 타고 있던 한국인에게 ‘굿모닝!’ 하며 인사를 한다. 한국인은 답이 없다.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인의 생각은 다르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 혹은 현재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나에게는 동떨어진 타인이 아니다. 예절이란 공동생활을 좀 더 부드럽게 뒷받침해주는 인간공통의 수단임에도 이렇게 외국인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한국인에게서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는 인상을 받을 수는 없으며 오히려 거만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인에게 있어 선배나 스승을 만나는 것은 두 인격체의 만남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사회에서는 신분이나 권력에 좌우되는 수많은 상하관계가 ‘예절’로 포장되어 권력남용과 부패의 온상이 되어 왔다.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와 전통이란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종교나 언어와 같은 거시적 현상보다 오히려 ‘작은 일상적 관습’ 에 주목함으로써 문화적 상호이해의 길이 쉽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유럽리포트*2015]
얼마 전 국내언론에 보도된 짤막한 기사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의 최고급 호텔인 신라호텔 레스토랑에서 4세 이하 아동의 출입이 금지된다는 보도였다. 이유는 널리 알려진 대로다. 언제부터인가 가정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적절히 바로잡는 것이‘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지나칠 정도의 자유스러움이 용납되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민족이 가장 예의 바른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서구사회라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못지않게 엄격한 예절이 요구되며, 단지 ‘예절’ 이라는 범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의란 좀 더 격조 높은 사회를 이루면서 우리의 일상을 좀 더 슬기롭게 영위하기 위한 사회규범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절의 근본적인 목적에서는 동서양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단지 서구에서 예절이란 엄격히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규범을 뜻한다. 이때 타인과의 관계란 나와 사회적인, 혹은 재정적인 이해관계가 없음을 전제하는 관계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양사회에서의 예의란 주로 ‘나와 이미 사회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자’ 와 연관되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주변 친인척 관계, 직장 내의 상하관계, 혹은 동향, 동문 관계 등에서 요구되는 행동이나 태도가 예절의 요체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유교문화적 위계의식과 결합된 권력남용적 악습으로 작용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절개념은 우리의 해외생활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독일인이 들어서면 바로 먼저 타고 있던 한국인에게 ‘굿모닝!’ 하며 인사를 한다. 한국인은 답이 없다.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인의 생각은 다르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 혹은 현재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나에게는 동떨어진 타인이 아니다. 예절이란 공동생활을 좀 더 부드럽게 뒷받침해주는 인간공통의 수단임에도 이렇게 외국인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한국인에게서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는 인상을 받을 수는 없으며 오히려 거만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인에게 있어 선배나 스승을 만나는 것은 두 인격체의 만남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사회에서는 신분이나 권력에 좌우되는 수많은 상하관계가 ‘예절’로 포장되어 권력남용과 부패의 온상이 되어 왔다.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와 전통이란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종교나 언어와 같은 거시적 현상보다 오히려 ‘작은 일상적 관습’ 에 주목함으로써 문화적 상호이해의 길이 쉽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유럽리포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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