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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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가셈 솔레이마니
트럼프에 제거당한 이란의 2인자
지난 1월19일(현지시각)에 파키스탄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는 광경. 이슬라마바드/EPA 연합뉴스
지난 1월19일(현지시각)에 파키스탄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는 광경. 이슬라마바드/EPA 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해 벽두, 탄핵 심판과 외교 실패라는 안팎의 시험대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드론을 띄워 이란의 사실상 2인자를 ‘제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1월3일 새벽 가셈 솔레이마니(63)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 등 7명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2017년 트럼프 취임 직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로 시작된 미-이란 갈등이 ‘레드라인’을 넘은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11월에는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 모흐센 파흐리자데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됐다. 그 배후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와 이란의 핵협정 복원 대화를 좌초시키려는 음모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월 리원량
코로나 폭로한 위대한 내부고발자
지난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중심병원 임시추모소에 놓였던 의사 리원량의 사진. 우한/EPA 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중심병원 임시추모소에 놓였던 의사 리원량의 사진. 우한/EPA 연합뉴스
중국의 위대한 내부고발자, 우한중심병원 안과 의사 리원량(34)이 2월7일 새벽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는 지난해 12월30일 의대 동창생 단체 대화방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공개하며, 훗날 코로나19로 확인된 원인 불명 폐렴의 위험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그는 확산 초기 보호장비도 없이 환자를 돌보다 감염됐다. 중국은 고인에게 최고 등급 명예호칭인 ‘열사’ 칭호를 부여했다. 그러나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질서를 해쳤다며 공안당국이 그를 호출해 ‘훈계’했다는 사실을, 세상은 기억한다.
3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지지받는 총리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 10월17일(현지시각) 오클랜드에서 연설하는 모습. 오클랜드/EPA 연합뉴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 10월17일(현지시각) 오클랜드에서 연설하는 모습. 오클랜드/EPA 연합뉴스
뉴질랜드는 27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2천여명, 사망자 25명으로 서구 선진국 가운데 방역에 가장 성공했다. 이런 성공 뒤에는 지난 3월 하순 확진자 102명인 상황에서 “공감에 바탕한 (중략) 명확하고 일관되며 냉정하고 진정성 있는”(미 <애틀랜틱>) 메시지로 선제적인 국경 폐쇄와 봉쇄 조처를 단행한 저신다 아던(40) 총리의 리더십이 있다. 아던은 지난 10월 노동당 역사상 가장 큰 지지를 받으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방역 성공이 결정적 이유지만, 그는 임기 중 닥친 다른 위기에도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지난해 무슬림사원 총격 테러 때 히잡을 쓴 채 희생자를 위로하고, 총기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2017년 10월 취임 당시 ‘운 좋은 최연소 총리’라는 냉소도 있었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지지받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4월 에릭 위안
화상채팅 앱으로 비대면 시대 상징으로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가 2019년 4월18일(현지시각) 뉴욕 나스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가 2019년 4월18일(현지시각) 뉴욕 나스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화상회의 앱 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위안(50)은 코로나19가 열어젖힌 비대면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인이다. 중국계 미국인 위안에게 4월은 기회이자 위기였다. 팬데믹으로 줌 사용자가 전년 말보다 30배 늘었지만, 보안 실수와 중국 정부 연계 의혹으로 ‘줌 금지령’을 내리는 나라가 속출했다. 위안은 신속한 수정과 투명한 정보공개로 의혹의 시선을 상당 부분 신뢰로 돌려놨다. 줌 주식은 1년 전 주당 60달러에서 현재 380달러로 6배 이상 올랐다. 미 시사지 <타임>은 올해의 기업인으로 그를 뽑았다.
5월 조지 플로이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인권 시위의 시작
지난 5월25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을 짓눌리고 있는 장면이 찍힌 영상 중 일부.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지난 5월25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을 짓눌리고 있는 장면이 찍힌 영상 중 일부.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숨을 쉴 수 없다.” “살려달라.” 5월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46초간 목을 짓눌린 조지 플로이드(46)의 유언이 된 호소다. 흔한 흑인 사망으로 묻힐 뻔한 사건은 경찰의 비인간적인 과잉진압 장면이 공개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플로이드의 단말마는 세계적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선 과도한 공권력 집행을 막는 경찰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바이든의 당선과 함께 첫 비백인 부통령 탄생, 첫 흑인 국방장관 지명 등 변화의 조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이후에도 ‘플로이드들’의 죽음이 멈추지 않은 것처럼, 흑인이 숨 쉴 수 있는 세상까지는 수많은 ‘첫’이 ‘수십 수백번째’가 되는 먼 여정이 남아 있다.
6월 멍완저우
미중 기술전쟁 한복판에 선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5월27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밴쿠버/AFP 연합뉴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5월27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밴쿠버/AFP 연합뉴스
멍완저우(49) 화웨이 부회장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 기술전쟁의 한복판에 갇혀 있다. 가택연금 중인 그의 발에 채워진 전자발찌로 상징되는 서방의 총공세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그는, 2018년 12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중국은 자국에 억류된 캐나다인 2명과 멍완저우의 교환을 타진했으나, 캐나다는 6월25일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달 초 미국 법무부가 멍 부회장의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물러가고 ‘인질’로 사로잡힌 ‘화웨이 공주’가 풀려나도, 미-중 대립이 완화되리라는 전망은 없다.
7월 워라윳 유위타야
레드불 손자에게 쥐어진 뺑소니 면죄부
레드불 창업주 손자인 워라윳 유위타야갸 2012년 9월 타이 방콕에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 방콕/AP 연합뉴스
레드불 창업주 손자인 워라윳 유위타야갸 2012년 9월 타이 방콕에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 방콕/AP 연합뉴스
7월24일 타이(태국) 경찰은 2012년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워라윳 유위타야(35)를 불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소환 요구를 피해 2017년 타이에서 도망친 재벌 3세 워라윳에게 도주 3년, 사건 발생 8년 만에 ‘완전한 면죄부’를 준 것이다. 타이 시민들은 터무니없는 ‘재벌 봐주기’에 분노했고, 등 떠밀린 정부는 그를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직 워라윳의 정확한 소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워라윳 사건에 대한 분노의 불씨는 타이의 절대 금기인 왕실로까지 옮겨붙었다. 타이판 유전무죄 사건은 권선징악을 넘어 군주제 개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8월 지미 라이
보안법 앞에 무력해진 홍콩 민주화 투사
지미 라이 핑궈일보 사주가 지난 8월12일 홍콩에서 새벽에 보석으로 풀려나 경찰서를 빠져나오는 모습. 홍콩/AP 연합뉴스
지미 라이 핑궈일보 사주가 지난 8월12일 홍콩에서 새벽에 보석으로 풀려나 경찰서를 빠져나오는 모습.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반중 성향 <핑궈(빈과)일보>의 창간 사주이자 시민사회 원로인 지미 라이(73)가 8월10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지난 6월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 두달 만이었다.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도,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박탈도, 영국의 홍콩 이민자 수용도 중국굴기 앞에선 무력했다. 홍콩 당국은 현재까지 40여명의 민주인사를 체포하며 홍콩보안법이 ‘엄포’가 아닌 ‘실재’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지 23년 만에, 중국은 ‘일국양제’에 사실상 조종을 울렸다.
9월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위기에서 살아돌아온 푸틴의 적수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의회 화상청문회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의회 화상청문회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9월7일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5)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러시아 항공편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지 18일 만이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러시아는 발뺌 중이다. 최근 나발니는 러시아 고위 관료를 가장해 러 연방보안국(FSB) 산하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했다. 이 요원으로부터 “속옷(팬티)에 신경작용제를 묻혔다”는 실토를 받아내 유튜브에 공개하는, ‘푸틴의 맞수’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10월 사뮈엘 파티
무슬림 테러에 참수당한 프랑스 교사
프랑스 니스에서 지난 10월21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사뮈엘 파티의 사진 주변에 초와 꽃을 놓는 광경. 니스/EPA 연합뉴스
프랑스 니스에서 지난 10월21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사뮈엘 파티의 사진 주변에 초와 꽃을 놓는 광경. 니스/EPA 연합뉴스
프랑스 중학교 교사인 사뮈엘 파티(47)는 지난 10월5일 ‘표현의 자유’ 딜레마를 가르치면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소개했다. 10월16일 그는 극단적인 무슬림 청년에 의해 참수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프랑스는 그에게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고 국장을 치렀으나, 그의 죽음 이후 ‘신성모독의 자유’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고, 이슬람권은 “혐오 표현”이라고 맞선다.
11월 조 바이든
트럼프 무릎 꿇린 미 47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1월7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 윌밍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1월7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 윌밍턴/AFP 연합뉴스
11월3일 미국 대선에서 78살 바이든이 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플로이드가 숨지지 않았다면, 바이든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4년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당선이 확정된 뒤 바이든의 첫 일성은 “미국이 돌아왔다”였다. <타임>은 그를 ‘올해의 인물’로 꼽으며 “미국의 서사(story)를 바꿨다”는 제목을 붙였다. 트럼프가 남겨놓은 ‘적폐’인 미국 우선주의를 그가 얼마나, 어떻게 돌려놓을지 새해 세계의 화두가 될 것이다.
12월 우르 샤힌-외즐렘 튀레지
인류의 반격…코로나 백신 최초 개발
우르 샤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가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마인츠 본사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각) 서 있는 모습. 마인츠/AP 연합뉴스
우르 샤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가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마인츠 본사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각) 서 있는 모습. 마인츠/AP 연합뉴스
12월2일 영국 보건당국은 터키계 2세 독일인인 우르 샤힌(55)-외즐렘 튀레지(53) 부부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서방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된 순간이다. 둘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의료책임자(CMO)로 암치료 연구에 전념해왔다. 올해 초 기존 메신저 아르엔에이(mRNA)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백신 개발을 시작해, 미 화이자와 손잡고 역사상 가장 빠른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긴 터널의 끝에 있는 불빛”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접종에 들어간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인물에 뽑힌 이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책 구절로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76636.html?_fr=mt2#csidxed85b1f302f6ea696b1db74c62a21fe
트럼프에 제거당한 이란의 2인자
지난 1월19일(현지시각)에 파키스탄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는 광경. 이슬라마바드/EPA 연합뉴스
지난 1월19일(현지시각)에 파키스탄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군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는 광경. 이슬라마바드/EPA 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해 벽두, 탄핵 심판과 외교 실패라는 안팎의 시험대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드론을 띄워 이란의 사실상 2인자를 ‘제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1월3일 새벽 가셈 솔레이마니(63)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 등 7명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2017년 트럼프 취임 직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로 시작된 미-이란 갈등이 ‘레드라인’을 넘은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11월에는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 모흐센 파흐리자데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됐다. 그 배후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와 이란의 핵협정 복원 대화를 좌초시키려는 음모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월 리원량
코로나 폭로한 위대한 내부고발자
지난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중심병원 임시추모소에 놓였던 의사 리원량의 사진. 우한/EPA 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중심병원 임시추모소에 놓였던 의사 리원량의 사진. 우한/EPA 연합뉴스
중국의 위대한 내부고발자, 우한중심병원 안과 의사 리원량(34)이 2월7일 새벽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는 지난해 12월30일 의대 동창생 단체 대화방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공개하며, 훗날 코로나19로 확인된 원인 불명 폐렴의 위험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그는 확산 초기 보호장비도 없이 환자를 돌보다 감염됐다. 중국은 고인에게 최고 등급 명예호칭인 ‘열사’ 칭호를 부여했다. 그러나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질서를 해쳤다며 공안당국이 그를 호출해 ‘훈계’했다는 사실을, 세상은 기억한다.
3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지지받는 총리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 10월17일(현지시각) 오클랜드에서 연설하는 모습. 오클랜드/EPA 연합뉴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 10월17일(현지시각) 오클랜드에서 연설하는 모습. 오클랜드/EPA 연합뉴스
뉴질랜드는 27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2천여명, 사망자 25명으로 서구 선진국 가운데 방역에 가장 성공했다. 이런 성공 뒤에는 지난 3월 하순 확진자 102명인 상황에서 “공감에 바탕한 (중략) 명확하고 일관되며 냉정하고 진정성 있는”(미 <애틀랜틱>) 메시지로 선제적인 국경 폐쇄와 봉쇄 조처를 단행한 저신다 아던(40) 총리의 리더십이 있다. 아던은 지난 10월 노동당 역사상 가장 큰 지지를 받으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방역 성공이 결정적 이유지만, 그는 임기 중 닥친 다른 위기에도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지난해 무슬림사원 총격 테러 때 히잡을 쓴 채 희생자를 위로하고, 총기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2017년 10월 취임 당시 ‘운 좋은 최연소 총리’라는 냉소도 있었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지지받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4월 에릭 위안
화상채팅 앱으로 비대면 시대 상징으로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가 2019년 4월18일(현지시각) 뉴욕 나스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가 2019년 4월18일(현지시각) 뉴욕 나스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뉴욕/AP 연합뉴스
화상회의 앱 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위안(50)은 코로나19가 열어젖힌 비대면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인이다. 중국계 미국인 위안에게 4월은 기회이자 위기였다. 팬데믹으로 줌 사용자가 전년 말보다 30배 늘었지만, 보안 실수와 중국 정부 연계 의혹으로 ‘줌 금지령’을 내리는 나라가 속출했다. 위안은 신속한 수정과 투명한 정보공개로 의혹의 시선을 상당 부분 신뢰로 돌려놨다. 줌 주식은 1년 전 주당 60달러에서 현재 380달러로 6배 이상 올랐다. 미 시사지 <타임>은 올해의 기업인으로 그를 뽑았다.
5월 조지 플로이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인권 시위의 시작
지난 5월25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을 짓눌리고 있는 장면이 찍힌 영상 중 일부.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지난 5월25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을 짓눌리고 있는 장면이 찍힌 영상 중 일부.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숨을 쉴 수 없다.” “살려달라.” 5월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46초간 목을 짓눌린 조지 플로이드(46)의 유언이 된 호소다. 흔한 흑인 사망으로 묻힐 뻔한 사건은 경찰의 비인간적인 과잉진압 장면이 공개되면서 반전을 맞았다. 플로이드의 단말마는 세계적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선 과도한 공권력 집행을 막는 경찰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바이든의 당선과 함께 첫 비백인 부통령 탄생, 첫 흑인 국방장관 지명 등 변화의 조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이후에도 ‘플로이드들’의 죽음이 멈추지 않은 것처럼, 흑인이 숨 쉴 수 있는 세상까지는 수많은 ‘첫’이 ‘수십 수백번째’가 되는 먼 여정이 남아 있다.
6월 멍완저우
미중 기술전쟁 한복판에 선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5월27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밴쿠버/AFP 연합뉴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5월27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밴쿠버/AFP 연합뉴스
멍완저우(49) 화웨이 부회장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 기술전쟁의 한복판에 갇혀 있다. 가택연금 중인 그의 발에 채워진 전자발찌로 상징되는 서방의 총공세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그는, 2018년 12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중국은 자국에 억류된 캐나다인 2명과 멍완저우의 교환을 타진했으나, 캐나다는 6월25일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달 초 미국 법무부가 멍 부회장의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물러가고 ‘인질’로 사로잡힌 ‘화웨이 공주’가 풀려나도, 미-중 대립이 완화되리라는 전망은 없다.
7월 워라윳 유위타야
레드불 손자에게 쥐어진 뺑소니 면죄부
레드불 창업주 손자인 워라윳 유위타야갸 2012년 9월 타이 방콕에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 방콕/AP 연합뉴스
레드불 창업주 손자인 워라윳 유위타야갸 2012년 9월 타이 방콕에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 방콕/AP 연합뉴스
7월24일 타이(태국) 경찰은 2012년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워라윳 유위타야(35)를 불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소환 요구를 피해 2017년 타이에서 도망친 재벌 3세 워라윳에게 도주 3년, 사건 발생 8년 만에 ‘완전한 면죄부’를 준 것이다. 타이 시민들은 터무니없는 ‘재벌 봐주기’에 분노했고, 등 떠밀린 정부는 그를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직 워라윳의 정확한 소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워라윳 사건에 대한 분노의 불씨는 타이의 절대 금기인 왕실로까지 옮겨붙었다. 타이판 유전무죄 사건은 권선징악을 넘어 군주제 개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8월 지미 라이
보안법 앞에 무력해진 홍콩 민주화 투사
지미 라이 핑궈일보 사주가 지난 8월12일 홍콩에서 새벽에 보석으로 풀려나 경찰서를 빠져나오는 모습. 홍콩/AP 연합뉴스
지미 라이 핑궈일보 사주가 지난 8월12일 홍콩에서 새벽에 보석으로 풀려나 경찰서를 빠져나오는 모습.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반중 성향 <핑궈(빈과)일보>의 창간 사주이자 시민사회 원로인 지미 라이(73)가 8월10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지난 6월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지 두달 만이었다.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도,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박탈도, 영국의 홍콩 이민자 수용도 중국굴기 앞에선 무력했다. 홍콩 당국은 현재까지 40여명의 민주인사를 체포하며 홍콩보안법이 ‘엄포’가 아닌 ‘실재’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지 23년 만에, 중국은 ‘일국양제’에 사실상 조종을 울렸다.
9월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위기에서 살아돌아온 푸틴의 적수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의회 화상청문회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의회 화상청문회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9월7일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5)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러시아 항공편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지 18일 만이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러시아는 발뺌 중이다. 최근 나발니는 러시아 고위 관료를 가장해 러 연방보안국(FSB) 산하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했다. 이 요원으로부터 “속옷(팬티)에 신경작용제를 묻혔다”는 실토를 받아내 유튜브에 공개하는, ‘푸틴의 맞수’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10월 사뮈엘 파티
무슬림 테러에 참수당한 프랑스 교사
프랑스 니스에서 지난 10월21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사뮈엘 파티의 사진 주변에 초와 꽃을 놓는 광경. 니스/EPA 연합뉴스
프랑스 니스에서 지난 10월21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사뮈엘 파티의 사진 주변에 초와 꽃을 놓는 광경. 니스/EPA 연합뉴스
프랑스 중학교 교사인 사뮈엘 파티(47)는 지난 10월5일 ‘표현의 자유’ 딜레마를 가르치면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소개했다. 10월16일 그는 극단적인 무슬림 청년에 의해 참수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프랑스는 그에게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고 국장을 치렀으나, 그의 죽음 이후 ‘신성모독의 자유’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고, 이슬람권은 “혐오 표현”이라고 맞선다.
11월 조 바이든
트럼프 무릎 꿇린 미 47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1월7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 윌밍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1월7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폭죽이 터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 윌밍턴/AFP 연합뉴스
11월3일 미국 대선에서 78살 바이든이 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플로이드가 숨지지 않았다면, 바이든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4년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당선이 확정된 뒤 바이든의 첫 일성은 “미국이 돌아왔다”였다. <타임>은 그를 ‘올해의 인물’로 꼽으며 “미국의 서사(story)를 바꿨다”는 제목을 붙였다. 트럼프가 남겨놓은 ‘적폐’인 미국 우선주의를 그가 얼마나, 어떻게 돌려놓을지 새해 세계의 화두가 될 것이다.
12월 우르 샤힌-외즐렘 튀레지
인류의 반격…코로나 백신 최초 개발
우르 샤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가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마인츠 본사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각) 서 있는 모습. 마인츠/AP 연합뉴스
우르 샤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가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마인츠 본사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각) 서 있는 모습. 마인츠/AP 연합뉴스
12월2일 영국 보건당국은 터키계 2세 독일인인 우르 샤힌(55)-외즐렘 튀레지(53) 부부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서방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된 순간이다. 둘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의료책임자(CMO)로 암치료 연구에 전념해왔다. 올해 초 기존 메신저 아르엔에이(mRNA)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백신 개발을 시작해, 미 화이자와 손잡고 역사상 가장 빠른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긴 터널의 끝에 있는 불빛”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접종에 들어간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인물에 뽑힌 이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책 구절로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76636.html?_fr=mt2#csidxed85b1f302f6ea696b1db74c62a21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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