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게 더 많은 세 금을” 팬데믹이 남미에 가져온 ‘부유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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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해변에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의 얼굴 모래조각이 전시돼 있다. 모래조각 옆에는 “정치인들의 부패와 도둑질로 인해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는 글귀가 적혔다. 리우데자네이루|AP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해변에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의 얼굴 모래조각이 전시돼 있다. 모래조각 옆에는 “정치인들의 부패와 도둑질로 인해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는 글귀가 적혔다. 리우데자네이루|AP연합뉴스
지독한 빈부격차로 신음하는 남미 국가들에서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남미 각국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부유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현실화된 적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공(空)약’에 그쳤던 부유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차 구체화돼 의회 문턱까지 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나라 빚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억만장자’들이 곳간을 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부유세 논의는 남미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일정액 이상의 자산·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부유세 관련 법안 4개가 하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브라질에선 상위 1% 평균소득이 하위 50%의 33배에 이른다. 하지만 1988년 이후 부유세 법안이 16차례나 상정됐음에도 의회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정치인들의 선거 때 약속은 말뿐이었고, 고소득층에 관대한 세금정책은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FT는 전망했다. 코로나19사태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메꿀 방법으로 브라질 정치권이 부유세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브라질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5.3%~7.7%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실업률 또한 치솟으면서 세입은 줄고 지출이 늘어 나라살림은 쪼그라들고 있다. 에니오 베리 노동당 대표는 “500년 묵은 브라질 빈부격차 문제가 코로나 위기를 맞아 주요 아젠다로 떠올랐다”면서 “부유세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부자에 관대한 남미의 세금 정책은 유럽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지난달 발간된 남미 정치경제 전문 계간지 아메리카스쿼털리는 남미권 국가들이 연소득 1000만달러(약 112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부과하는 최고한계세율(최고세율)이 26.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60.2%, 프랑스 55.2%, 독일 47.5%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고 이 잡지는 전했다.
억만장자의 자산이 매년 증가하는 만큼 극빈층도 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2019년 순자산이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넘는 ‘억만장자’는 58명이나 된다. 하지만 하루 소득 1.9달러 미만인 극빈층은 2015년 이후 매년 100만명씩 늘어 2018년 1350만명에 이르렀다. 2018년 부유층의 소득은 전년보다 8.4% 늘어난 반면 빈곤층의 소득은 3.2% 감소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300만달러 이상 자산가들에게 2%의 세율을 적용하는 ‘부유세’를 제안했다.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올해만 부유세를 걷겠다고 했다. 부유세가 현실화되면 1만2000명의 초고소득층에게 30억달러(3조6282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보고 있다. 줄리아 스트라다 정치경제센터장은 “바이러스가 정치인들의 마음을 바꿔놓았다. 팬데믹은 불평등 문제를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파라과이에서는 1000만달러 이상 자산가들에 자산의 1%를 세금으로 물리는 법안이 논의 중이고, 과테말라·칠레·페루 등에서는 야당이 나서 부유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과테말라 국회의원 사뮤엘 페레즈 알바레즈는 “코로나 위기로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의회는 그 빚을 어떻게든 메울 것”이라면서 “그 짐은 상위계층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아메리카스쿼털리에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181546001&code=970201#csidx7577b98ff86c5e3bad6f2bc74d285e1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해변에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들의 얼굴 모래조각이 전시돼 있다. 모래조각 옆에는 “정치인들의 부패와 도둑질로 인해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는 글귀가 적혔다. 리우데자네이루|AP연합뉴스
지독한 빈부격차로 신음하는 남미 국가들에서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남미 각국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부유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현실화된 적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공(空)약’에 그쳤던 부유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차 구체화돼 의회 문턱까지 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나라 빚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억만장자’들이 곳간을 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부유세 논의는 남미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일정액 이상의 자산·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부유세 관련 법안 4개가 하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브라질에선 상위 1% 평균소득이 하위 50%의 33배에 이른다. 하지만 1988년 이후 부유세 법안이 16차례나 상정됐음에도 의회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정치인들의 선거 때 약속은 말뿐이었고, 고소득층에 관대한 세금정책은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FT는 전망했다. 코로나19사태로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메꿀 방법으로 브라질 정치권이 부유세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브라질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5.3%~7.7%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실업률 또한 치솟으면서 세입은 줄고 지출이 늘어 나라살림은 쪼그라들고 있다. 에니오 베리 노동당 대표는 “500년 묵은 브라질 빈부격차 문제가 코로나 위기를 맞아 주요 아젠다로 떠올랐다”면서 “부유세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부자에 관대한 남미의 세금 정책은 유럽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지난달 발간된 남미 정치경제 전문 계간지 아메리카스쿼털리는 남미권 국가들이 연소득 1000만달러(약 112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부과하는 최고한계세율(최고세율)이 26.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60.2%, 프랑스 55.2%, 독일 47.5%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고 이 잡지는 전했다.
억만장자의 자산이 매년 증가하는 만큼 극빈층도 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2019년 순자산이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넘는 ‘억만장자’는 58명이나 된다. 하지만 하루 소득 1.9달러 미만인 극빈층은 2015년 이후 매년 100만명씩 늘어 2018년 1350만명에 이르렀다. 2018년 부유층의 소득은 전년보다 8.4% 늘어난 반면 빈곤층의 소득은 3.2% 감소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300만달러 이상 자산가들에게 2%의 세율을 적용하는 ‘부유세’를 제안했다.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올해만 부유세를 걷겠다고 했다. 부유세가 현실화되면 1만2000명의 초고소득층에게 30억달러(3조6282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보고 있다. 줄리아 스트라다 정치경제센터장은 “바이러스가 정치인들의 마음을 바꿔놓았다. 팬데믹은 불평등 문제를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파라과이에서는 1000만달러 이상 자산가들에 자산의 1%를 세금으로 물리는 법안이 논의 중이고, 과테말라·칠레·페루 등에서는 야당이 나서 부유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과테말라 국회의원 사뮤엘 페레즈 알바레즈는 “코로나 위기로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의회는 그 빚을 어떻게든 메울 것”이라면서 “그 짐은 상위계층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아메리카스쿼털리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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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181546001&code=970201#csidx7577b98ff86c5e3bad6f2bc74d285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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