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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적대적 공존과 ‘검사’ 대통령…정국 예측 어려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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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7회 작성일 22-09-1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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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하작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45

2022년 가을 정국을 읽는 열쇳말들
‘총선 올인’-‘정치 실종’-‘민생 외면’
1997년 대선 이후 여야 대치 기시감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있다. 정치의 본질은 주권자가 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그 선출직 공직자들이 대의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 원리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옛날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 생태계는 최근 10년 동안 엄청나게 변했다. 정당을 만들고 쪼갤 수 있었던 제왕적 총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유튜브와 확증편향으로 무장한 당원과 지지자들이 제왕적 총재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옛날이 좋았다고 하면 꼰대다. 정치의 본질과 역사를 무시하면 철부지다. 생태계의 변화를 수용하되 휘둘리면 안 된다. 그래야 흐름을 분석하고 전망할 수 있다.
2022년 가을 정국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몇 가지 열쇳말이 있다.

첫째, ‘대선 연장’이다.
대통령 선거는 3월9일 끝났다. 0.73%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렸다. 5월10일 윤석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됐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됐다.
그 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재명 후보는 6월1일 국회의원이 됐다. 8월28일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됐다. 그사이에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동일체’인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기소했다.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선 때 겨뤘던 후보들이 대선 뒤에 상대방을 해치려고 달려드는 것은 무척 낯선 광경이다. 전에는 선거가 끝나면 상대에 대한 고소·고발을 서로 취하하는 관행이 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둘째, ‘총선 올인’이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2024년 4월10일이다. 정치인의 목표는 늘 ‘다음 선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은 좀 심하다. 모든 정치인의 머릿속에 다음 총선만 들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총선 승리는 ‘마법의 반지’다. 총선에서 이겨야 임기 초반의 실패를 여소야대 탓으로 돌리고, 임기 후반에 만회를 노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취임 엿새 뒤 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정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태도가 확 달라졌다. 7월19일 출근길 회견에서 기자들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묻자 “그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즈음 국민의힘 의원 등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지지율 0%, 1%가 나와도 바로잡아야 할 것을 제대로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야당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총선 승리는 간절하다. 대표로 나선 명분이 ‘이기는 민주당’이었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다음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것이다.
총선 올인은 각 정당 내부의 정치 역학을 분석하는 데도 유용하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이유는 공천 때문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초·재선이 많다. <한겨레> 서영지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의힘 현역 의원 지역구 93곳 중에 17~21대 다섯 차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지역구가 무려 60곳(공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복당한 경우 포함)이었다. 지역구 의원 93명 중 58명이 영남이다. 영남 58명 가운데 42명이 초·재선이다.
민주당 사정도 비슷하다. 민주당은 현재의 의석 169석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대대적인 물갈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셋째, 정치 실종이다.
정치가 실종되면 ‘우리 편은 천사, 상대편은 악마’로 보인다. 선과 악의 대결에서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하다.
이재명 대표는 대표가 되자마자 연이틀 윤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했다. 자신을 ‘국정 파트너’로 대우해 달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여야가 경쟁도 하지만 국익과 민생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슬쩍 피했다. 당분간 안 만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상화된 뒤에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날 것이다. 기약이 없다.
굵직한 합의문이 나온 지 너무 오래됐다. 4월22일 여야가 의원총회 추인까지 거쳐서 발표했던 검찰개혁 합의안이 고비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합의를 지켰다면 순풍에 돛을 달고 취임했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꽃을 피웠을 것이다.
대선 이후 여야 극한 대치가 계속되는 현 정국은 1997년 대선 이후 대치 정국과 무척 닮았다. 아슬아슬한 승부, 곧이어 치러진 지방선거, 야당 후보의 전당대회 출마, 검찰 수사 등 여러 면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1997년 12월18일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고 이회창 후보가 패했다. 1.53%포인트, 39만표 차였다. 1998년 2월25일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했고 3월2일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국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백지투표로 투표가 중단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음날 김종필 국무총리 서리 체제를 출범시켰다.
6월4일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했다. 공동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자민련은 서울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을 쓸어담으며 압승했다.
이회창 후보는 8월3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총재로 선출됐다. 이회창 총재는 “여야를 떠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국정을 논의하자”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야 총재 회담을 제의했다.
김대중 정부의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에 나섰다. 검찰은 이기택 전 총재권한대행, 이부영·김중위 의원 소환조사를 발표했다.
여야의 전면전은 2000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이어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고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하는 등 총선 승리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승리는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의 몫이었다.
여야 극한 대치의 양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이지만 배경은 전혀 다르다. 1997년 대선 이후 대치의 근본 배경은 사상 최초의 정권교체 후유증이었다. 한나라당의 대선 불복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년 가을 여야 대치의 근본 배경은 뭘까? 두 가지다.
첫째, 적대적 공존 전략이다.
정치인들은 자기 당 지지층의 분노와 적대감을 자극해서 확보한 결속력으로 생존을 모색한다. 대략 2000년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 2010년부터 시작된 모바일 혁명이 여야의 적대적 공존 전략에 연료를 공급했다. ‘상대 후보가 싫어서’ 투표하는 유권자가 점점 늘고 있다.
2017년 대선 한달 전 한국갤럽 호감도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 호감도는 53%, 비호감도는 40%였다. 홍준표 후보 호감도는 12%, 비호감도는 81%였다. 홍준표 후보 비호감도가 높았던 이유는 보수 진영에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라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41.08%, 홍준표 후보는 24.03%를 득표했다.
2022년 대선 한달 전 한국갤럽의 호감도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호감도는 34%, 비호감도는 62%였다. 이재명 후보 호감도는 34%, 비호감도는 61%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대선 득표율은 각각 48.56%, 47.83%였다. 두 후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찍어준 유권자가 꽤 많았다는 의미다.
둘째, 검사 출신 대통령의 존재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의 평생 검사만 했다. 검사들은 정치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거악을 척결해 정의를 바로 세우고 출세하기 위한 먹잇감으로 정치인처럼 만만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김무성 전 의원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내정했다가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검증 단계에서 지난해 불거진 가짜 수산업자 관련 의혹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의힘 사람들은 “검찰 출신들이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났다”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하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생각할까? 민주당의 대표가 아니라 형사 피의자, 구속 대상자로 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와 기소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출근길에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에 대해 “형사사건은 언론보도를 통해 보는데 기사를 꼼꼼히 읽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럴 것이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 소환이나 압수수색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하고 결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 검찰 요소요소에 ‘윤석열 사단’ 출신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정권 눈치를 살펴서 알아서 하기’는 경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추석 연휴 이후 정국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대선 이후 정국을 과거의 독법으로 읽을 수 없었듯이, 앞으로 벌어질 정국도 읽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예측불가다. 추정컨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 같다. 이재명 대표는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당내에서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도 발버둥칠 것이다.
여야가 적대 정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권력 분점이나 제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여야 간 정쟁과 당내 갈등으로 날을 지새우고 민생이 피폐해지는 등 바닥까지 간 뒤에야 돌아설 것이다. 태풍이 몰아치고 홍수가 나기 시작하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탄소감축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은 별로 지혜롭지 못한 동물이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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