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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뒤 80여일 만에…조기등판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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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2-05-15 17:11

본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28
6·1 지방선거 관전포인트

대선 이후 2개월23일 만에 전국선거
4년전 ‘14 대 2’ 압승한 민주 방어전
보궐선거 나선 이재명 성적표 관심
수도권·충청 등에서 승패 갈릴 듯

우리나라에는 세가지 전국 선거가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전국 동시 지방선거입니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임기는 4년입니다. 국회의원 총선과 지방선거는 2년마다 엇갈려 치르는 일정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총선과 지방선거 사이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단체장으로 출마하려면 국회의원을 2년 만에 그만두거나 국회의원을 하고 2년을 쉬었다가 나와야 합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중간중간에 임기 5년 대통령 선거 일정이 끼어들면서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대통령이 임기 도중 탄핵이라도 당하면 한층 더 복잡해집니다.
올해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3개월도 안 된 6월1일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일정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문입니다. 3개월 만에 전국선거를 두번이나 치르는 것은 자원 낭비입니다. 우리는 이런 정도 정치 일정을 여야가 타협해서 조정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갖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역대 세번째, 대선 직후 전국선거
대통령 선거 직후에 곧이어 전국선거를 한 것은 1987년 이후 지금까지 두차례였습니다.
첫째, 1987년 개헌 때문에 특별한 정치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뒤 여야 합의로 개정된 헌법의 부칙에 따라 1987년 12월16일 대통령 선거를 하고 ‘4개월10일’ 뒤인 1988년 4월26일에 국회의원 총선거를 했습니다.
헌법 부칙은 헌법 시행일(1988년 2월25일) 40일 전까지 대통령 선거를, 헌법 공포일(1987년 10월29일)로부터 6월 이내에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12대 국회는 3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둘째, 20년 뒤인 2007년 같은 일정이 반복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간단한 산수입니다. 대통령 임기는 5년,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기 때문입니다. 5와 4의 최소공배수는 20입니다. 2007년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3개월20일’ 뒤인 2008년 4월9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3개월20일’의 기록이 이번에 다시 ‘2개월23일’로 단축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5년 재임으로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9일로 앞당겨졌기 때문입니다.
전국선거 일정을 길게 소개한 이유는 이번 6·1 지방선거가 3·9 대통령 선거 연장전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왜 이렇게 서둘러서 정치에 복귀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몇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과 장관 인사 등 실정으로 조기 복귀의 빌미를 줬기 때문이다. 둘째, 사법적으로 맞서기 위해 보호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더불어민주당에 지방선거를 치르고 이후 당을 이끌어갈 중심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어느 것이 맞을까요? 저는 다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번째 이유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선 결과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 열성 지지층의 불복 심리가 이재명 전 지사를 다급하게 소환한 것입니다. 전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987년 12월 대선 패배 직후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는 대선을 원천적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군사정권 타도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유권자가 보기에 노태우 대통령 당선은 부정선거 때문이 아니라 양 김씨의 단일화 실패 때문이었습니다. 양 김씨는 부정선거 주장을 접고 눈앞으로 다가온 13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준비했습니다.
“야권을 지지한 과반수의 국민이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과 허탈감에 빠져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나는 국민의 실망과 허탈감을 달래야 할 책무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12월22일 당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루지 못한 군정 종식과 민주화라는 역사적 과업을 다가오는 총선에서 선거 혁명을 통해 기필코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김영삼 회고록)
“나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1988년 2월3일 각계 재야 인사 91명을 대거 영입했다. 박영숙, 이길재, 문동환, 성래운, 임채정, 정동년, 이해찬, 이상수, 고영근, 양성우씨 등이 새로 정치를 시작했다. 학자, 민권운동가, 법조계와 종교계 인사, 문인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의 대규모 입당은 재야 인사들의 제도 정치권 진입이라는 점에서 정치사의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김대중 자서전)
총선 결과는 민정당 125석, 평민당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으로 여소야대였습니다. ‘1노 3김’의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양 김씨는 13대 총선에서의 정치적 재기를 바탕으로 1992년, 그리고 1997년 차례차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1987년 양 김씨와는 좀 다른 이유로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첫째, 표차가 너무 컸습니다. 말 그대로 참패였습니다. 둘째, 정당의 ‘오너’가 아니었습니다. 정당의 총재가 이미 사라지고 없던 시기였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2008년 4월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습니다. 한나라당이 표적 공천한 정몽준 의원에게 졌습니다. 미국으로 갔다가 돌아와서 2009년 4·29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그 바람에 오히려 대선 주자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이재명 조기등판, 득실은?
2012년 사례도 있습니다. 2012년 12월19일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정계에서 은퇴했던가요? 아닙니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 4·11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대선을 치렀습니다. 대선 뒤에도 당내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유력 정치인이었습니다. 대선 패배 1년 뒤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펴내 차기 대선 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했습니다.
“저와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법입니다. 저와 민주당이 다시 희망과 믿음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 뒤 2015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대표가 됐고 그 탄력으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이재명 전 지사가 민주당 역대 대선 주자들의 이러한 역사를 모를 리 없습니다. 이재명 전 지사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차기 대선 주자라는 정치적 자산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서라고 저는 봅니다.
물론 정치인의 선택에는 그만한 책임이 뒤따릅니다. 이재명 전 지사는 총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승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개를 차지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대구와 경북에서만 이겼습니다. 제주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따라서 2018년을 기준으로 하면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를 기준으로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위원장은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경기, 인천, 세종,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일곱곳을 이겼습니다. 승부처인 수도권과 충청권의 후보별 득표율은 이렇습니다.
서울 이재명 45.73% 윤석열 50.56%
경기 이재명 50.94% 윤석열 45.62%
인천 이재명 48.91% 윤석열 47.05%
대전 이재명 46.44% 윤석열 49.55%
충남 이재명 44.96% 윤석열 51.08%
충북 이재명 45.12% 윤석열 50.67%
세종 이재명 51.91% 윤석열 44.14%
이재명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이 이긴 곳에서 광역단체장을 넘겨주면 지는 것이고, 반대로 자신이 진 곳에서 광역단체장을 가져오면 이기는 것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경기, 인천, 세종을 지키고, 서울·대전·충남·충북 가운데 한곳이라도 가져오면 이기는 것입니다. 반면에 경기·인천이나 세종 가운데 한곳이라도 내주면 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재명 위원장은 경기와 인천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서울·대전·충남·충북에서 한곳이라도 가져오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포성 사라지면 ‘타협의 계절’ 올까
객관적 형세는 이재명 위원장과 민주당에 불리합니다. 우선 수도권에서 경기와 인천을 다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천은 충청권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곳입니다. 충청권은 본래 대세를 따르는 성향이 강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이 유리하다고 봐야 합니다. 더구나 최근 박완주 의원 성폭력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민주당이 세종을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6·1 지방선거가 3·9 대선의 연장전이 된 이유는 선거 일정이 너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위원장의 득표율 차가 0.73%포인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포성이 사라져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오는 법입니다.
6·1 지방선거 이후에는 대통령과 국회,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이 견제와 균형으로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는 대화와 타협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바야흐로 정치가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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