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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슴슴한 이야기에 빠질 줄이야"···<전원일기> 보는 3040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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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31회 작성일 21-07-11 15:27

본문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출연진이 찍은 기념사진 / MBC

1988년에 태어난 김혜나씨(가명)에게 어린시절 <전원일기>는 피하고 싶은 드라마였다. 일요일 오전이 되면 부모님은 늘 <전원일기>를 보셨다. “시골 얘기가 뭐가 재밌다고 저럴까. 딴 거 보고 싶은데….” ‘채널선택권’이 없었던 김씨는 늘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서른세 살이 된 그는 요새 <전원일기>의 팬이 됐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엔 온종일 <전원일기> 재방송을 틀어놓는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 살인과 폭행, 처절한 복수극을 다룬 드라마에 피곤을 느끼던 무렵 <전원일기>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악하기만 한 사람도, 착하기만 한 사람도 없는” 양촌리 사람들 얘기가 자신의 일상 세계와 닮았다고 느낀다.

<전원일기>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80년 10월에 시작된 드라마다. 22년간 1088회에 걸쳐 방영됐다. 종영 이후로도 20년이 더 지난 지금, <전원일기>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OTT서비스 ‘웨이브’에서 드라마 부문 10위권 안팎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고, 재방송하는 채널도 점차 늘어 현재 6곳에 달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최근엔 <전원일기> 배우들이 재회하는 <전원일기 2021>(MBC 다큐플렉스)이란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다.

<전원일기> ‘찐팬’을 자처하는 이들 중엔 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강제로’ 시청했던 30~40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추억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것만은 아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두어명씩 죽어나가는 드라마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원일기>는 ‘별것 아닌’ 이야기들로 일상을 쌓아간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멍때리듯 전원일기를 본다”는 방송작가 김하연씨(33)가 최근 온라인에 쓴 ‘88년생, 요즘 전원일기를 봅니다’(브런치 ‘내법대로한다’)는 27만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는 “<전원일기>엔 느리게 가는 매력이 있다”며 “인간의 삶은 드라마라고 하는데 <전원일기>가 바로 인간의 삶에 근접한 작품인 것 같다”고 말한다. 전원일기를 사랑하는 30~40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별거 아닌 슴슴한 이야기

새소리와 비질 소리가 들려오는 아침, 부엌에 있는 혜숙(일용아내·김혜정 분)의 표정이 어둡다. 석유풍로가 고장나 밥이 되다 말았다. 이웃들은 “아직까지 풍로냐, 가스로 좀 바꾸라”고 타박하지만 혜숙은 그러고 싶지가 않다. ‘기분파’ 시어머니와 남편을 둔 그는 어떻게든 돈을 모아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가스레인지를 권유하는 이웃(혜란·개똥엄마·이상미 분)에게 그는 말한다.

“가스레인지 가스비는 누가 거저 줘?”(혜숙)

“몇달 쓰면 본전 나올 텐데. 미련한 짓이야 이게….”(혜란)

“그래, 나 미련한 사람이라 미련한 짓하고 사니까, 개똥엄마는 좀 가.”(혜숙)

“이러니까 사람들이 흉보지. 앞에서는 알뜰하다 어쩐다 이러고, 뒤에서는 아이고 저러고 살면 뭐하냐 이러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내가 누구라고는 말 못 하는데, 우리 동네 어떤어떤 사람은 이런 소리까지 하더라. 복길엄마 저러면 뭐하냐. 윗동네 아무개집 보니까, 여자가 애쓰고 모은 돈 남자가 다 쓰고 다니더라.”(혜란)

끙끙대며 풍로를 들여다보던 혜숙은 결국 폭발하고, “상관하지 말라”며 혜란(개똥엄마)을 쫓아낸다.

<전원일기> 555회(1992년 1월 방송)는 혜숙이네(복길이네)가 가스레인지를 들여놓는 얘기다. 양촌리에선 전화, 가스레인지, 텔레비전, 냉장고를 들이는 일조차 ‘사건’이다. 풍요의 시대를 사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별거 아닌 이야기”(김하연씨)다.

“퇴근 후, 자기 전에 전원일기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직장인 김지선씨(38)는 “냉장고 하나를 장만하면서, 혹은 동네 아주머니가 준 과자에, 어쩌다 먹은 탕수육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시절 순박함에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엔 자극적 사건·사고가 없는 대신 다채로운 케미의 ‘관계’들이 있다. 혹시 주변에 개똥엄마(혜란)처럼 ‘몰라도 될 뒷말’을 본인에게 꼭 전해주는 이가 있지 않은가. 혹은 우리 자신이 뒷담화를 ‘전해준’ 당사자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개똥엄마가 악인이 아닌 것은 혜숙도 알고 시청자도 안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은 막장드라마에 나오는 악당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김하연씨는 “<전원일기>에서의 갈등은 그냥 선한 사람들끼리의 갈등이다. 결국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무나물처럼 슴슴한 맛을 지닌 이야기”라고 평했다. 김지선씨 역시 “갈등이 한 회차에 원만히 해소되는 것을 보면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전원일기>가 갈등과 긴장을 무 자르듯 종결시키는 것도 아니다. 555회 후반부에서 혜숙은 앞으로 돈 좀 쓰고 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혜란을 비롯한 이웃들을 초대해 밥을 먹는다. “작년에 800만원을 모았고, 앞으로도 꾸준히 모으겠다”고 말하는 혜숙.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이웃들의 표정이 묘하다. 누군가 말한다. “아우, 배 아프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내 이웃 같은 캐릭터들

‘양촌리 유니버스’의 시작점은 김 회장(최불암 분)과 은심(김혜자 분)의 결혼이다. 해방 무렵에 결혼한 두 사람은 6남매를 낳았고, 그중 두 아들, 며느리들과 살아간다. 용진(김용건 분)과 그의 아내 은영(고두심 분), 용식(유인촌 분)과 그의 아내 순영(박순천 분)이다. 용진과 은영은 영남이를 낳았고, 용식과 순영은 수남이를 낳았다. 이들은 이름보다는 영남엄마, 영남아빠, 수남엄마, 수남아빠로 불린다.

서른두 살에 할머니 배역을 맡아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는 김수미의 역할은 ‘김 회장네’와 막역한 일용엄마(소담 역)다. 김 회장네가 양촌리의 중심이 되는 ‘유교 가족’을 상징하는 반면, 일용이네는 그런 잣대로 보자면 서툴고 모자란 듯한 가족이다. 두 가족 외에 응삼이네, 재동이네, 보배네, 노마네, 종기네, 섭이네, 숙이네, 쌍봉댁 등 다채로운 모습의 가족이 등장한다.

2021년에 <전원일기>를 보는 사람들이 꼽는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마치 어딘가에 있을 것같이”(이나은씨·가명·42) 살아 있다는 점이다. 5년째 <전원일기>를 보는, 요샛말로 ‘고인물’인 이나은씨는 마치 아는 사람을 얘기하듯 인물들의 맥락을 들려줬다. 이를테면 김 회장네 남자들은 은근히 ‘나쁜 남자’들이다. 군청에서 일하는 용진은 듬직한 맏아들이 되고자 애쓰지만, 늘 억압된 뭔가를 품고 있다. 중병을 앓는 첫사랑이 나타났을 때 그는 옛 연인과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얘길 무려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니 당신은 행운아”라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그의 아들 영남(성인역 남성진)은 어떠한가. 복길(김지영 분)이가 선보러 나가자 데리고 나왔으면서 끝내 마음을 주지 않은 채 ‘썸’만 탄다.

<전원일기>는 20년의 세월을 담고 있기 때문에 팬들은 드라마 속 인물들과 함께 늙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철부지인줄 알았는데, 동생을 다독이는 복길이를 보며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왠지 모르게 이입이 되는”(김혜나씨) 식이다. 이나은씨는 방영 후에도 20년이 더 흘러 만난 ‘일용이(박은수 분)’와 ‘아내(김혜정 분)’를 보면서 “다른 드라마는 절대 선사하지 못할 어떤 인간적 감정을 느꼈다”고도 했다.

3년여간 전원일기 ‘덕후’로 살아온 이태훈씨(가명·46)는 박은수씨가 일용직으로 전전해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를 위한 “응원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고 김현식의 노래 ‘여름밤의 꿈’에 <전원일기>속 일용이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그는 “전원일기 인물들은 우리 옆집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 같다”고 말한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어머니들의 슬픈 이야기

21세기에 보는 <전원일기>는 과거 여성들의 슬픈 삶을 확인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엔 별 생각없이 보던 장면들에서 3040세대는 “그 시절 엄마들이 너무나 힘들게 살았음을 다시 느낀다”(김지선)고 했다.

열여덟 살에 시집와 매운 시집살이 속에 6남매를 낳고 집안을 꾸려온 은심의 ‘전화’ 에피소드(248회)는 그 시절 어머니들의 슬픔이 곡진하게 녹아 있다. 집안에 전화기를 들여놓은 날, 둘째 며느리는 친정엄마에게 전화하며 기뻐한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은심은 그날 밤, 자다 말고 전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우리 어머니요? 옥천 향남리 사시다가, 이귀옥씨요. 감실댁이라면 더 잘 알아요. 가르마 반듯한 머리가 얌전하시고요, 맵시가 날씬하시고, 왼손 손톱 한개가 짜개지신 양반이에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못 찾으면 소식이라도 좀 전해주세요. 막내딸 은심이가 아들 낳고 딸 낳고 잘 산다고…. 꼭 전해주세요. 은심이가 꼭 한 번만 보고 싶다고….” 은심의 전화 이야기는 이 드라마 출연진이 ‘최고’로 꼽은 회차이기도 하다.

가부장제에 속박된 여성의 삶은 은심의 ‘며느리 세대’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30·40대 여성 시청자 중에서는 ‘복길엄마’(혜숙·김혜정 분)가 인상적이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저희 시어머니가 ‘난 이렇게 살았어’라고 얘기를 해주시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어요. 시집와서 밭농사, 논농사 다 지으시면서 밥 세끼 다 하시고, 남편은 일 안 하고 술 먹고 도박하고. 어머니는 뭘 떼다가 시장에 팔고, 미싱 돌리다가, 공장 가서 일하며 생활비 버시고. 저는 우리 시어머니가 꼭 복길이 엄마 같아요.”(이나은씨)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MBC

<전원일기>를 자세히 본 사람들은 안다. 양촌리라는 공동체와 각 가정을 끌어가는 주인공은 사실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일 때가 많다. 남성들은 신문을 보며 세상사를 얘기하고 ‘벼 수매가’ 등을 논하지만, 현실적인 집안일엔 여성이 앞장서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특히 ‘며느리 연대’는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일으켜 세우는 원천이다. 일용엄마가 은심에게 자주 하는 말은 “나에게 못할 말이 뭐가 있냐”다. 둘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는 사이다. 양가의 맏며느리인 영남엄마와 복길엄마 역시 남다른 우정을 쌓아간다.

<전원일기 2021>을 연출한 MBC 김현기 PD는 “<전원일기>는 표면적인 가부장성만 얘기하기엔 뭔가가 더 있다. 모계사회라고 볼 만한 요소들이 있다”면서 “실제로 여성 배우들은 남성들과 달리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끈끈하게 지내왔다. 며느리들의 모임을 1·2부에 배치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40년 전 시작한 <전원일기>에는 ‘정상가족 신화’를 넘어선 면모도 있다. 김 회장네의 막내 금동이는 장터에서 떠돌다가 입양된 아이다. 우여곡절을 겪긴 하지만, 은심의 금동을 향한 모성은 20년에 걸쳐 절절하게 묘사된다. ‘서울 출신 깍쟁이’ 보배엄마가 애틋하게 키우는 ‘보배’ 역시 입양아다. 노마네(노마아빠·이계인 분)와 숙이네는 한부모 가정이 되고, 쌍봉댁은 지금으로 치면 ‘비혼여성’으로 살다 응삼과 결혼한다. 종기네, 섭이네, 숙이네의 여성들은 함께 늙어가는 ‘여성공동체’를 연상케 한다.


■서정적 수필 같은 드라마

<전원일기>는 문학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특히 초기작들이 그렇다. 김지선씨는 “초기작들을 보면, 카메라는 가만히 있고 배우들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하는 것이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배우들의 대사는 문학작품을 낭독처럼 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압축성장을 ‘상실한 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서정성 혹은 아련함”이 도드라진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한해주씨(가명·39)는 “<전원일기>는 그저 ‘시골의 가치가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를, 중심에서 소외된 농촌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농촌의 열패감, 소외감, 상실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고 평했다.

지금의 1970·1980년대생은 물질적 풍요를 누렸지만 치열한 경쟁에 부대끼며 청년기를 매듭짓는 중이다. 이들에게 <전원일기>는 우리가 압축성장 도중 미처 챙기고 오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공동체의 가치,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누구 하나 빠지지 않게 잘살자는 마음”(김현기 PD)일지도 모른다. 김혜나씨는 <전원일기>를 보면 희미하게나마 간직하고 있는 어린시절의 ‘이웃사촌 정서’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지금은 주변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지만 동네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전원일기> 속 인물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의 아이들은 동네 이집 저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엄마들은 특별한 음식을 하면 이웃과 나눈다. 1980년대는 남의 집 밥상에 ‘동네 이웃’이 끼어드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전원일기>는 ‘박수칠 때 떠나라’(1회·1980년 1월)로 시작했다가 ‘박수할 때 떠나려 해도’(1088회·2002년 12월)로 막을 내렸다. <전원일기>는 우리가 ‘떠나보내는’ 그 무엇이다. 그리고 2021년인 지금도 아직 우리는 <전원일기>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10939001#csidxff431888ae403bb9acdaba18842ac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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