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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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틀랜드’ 저자 세라 스마시…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내밀하고 복잡한 가난
세라 스마시는 <하틀랜드>에서 미국 캔자스의 시골 농장(아래 사진)에서 빈곤층으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써내려간다. 자신의 가족사와 미국 현대사를 교차시키며 가장 개인적인 서술로부터 은폐된 사회 구조를 드러낸다. 민음사 제공
세라 스마시는 <하틀랜드>에서 미국 캔자스의 시골 농장(아래 사진)에서 빈곤층으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써내려간다. 자신의 가족사와 미국 현대사를 교차시키며 가장 개인적인 서술로부터 은폐된 사회 구조를 드러낸다. 민음사 제공
“ ‘아메리칸 드림’에 일말의 진실은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라면 자신의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죠. 그렇지만 미국을 정확하게 바라보려면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말해야 합니다. 경제적, 인종적, 환경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미국 시골 백인 빈곤 여성’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자전적 에세이 <하틀랜드>의 저자 세라 스마시(40)는 미국 캔자스주의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조앤 쇼런스틴 펠로 교수 자리에 올랐다. 저자 소개만 보면 ‘개천에서 용이 난’ 성공 스토리를 떠올리기 쉽지만, <하틀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한 책이다. 스마시는 지난 15일 경향신문과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은 개인의 성공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 때문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내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날아간 캔자스. “거대한 문화적 황무지”인 그곳 사람들은 ‘레드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백인 노동 계층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는 트럼프 현상은 ‘백인 노동 계층 현상’이 아니라 ‘백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단 안에서도 정치적 견해차는 다양하기 때문이죠. 다만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들이 트럼프를 좀 더 지지한 것은 사실이고, 이들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정부의 공공안전 조치를 거부하는 성향도 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골 노동 계급이 도시 고학력자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견해나 신념은 환경에 따라 형성되고 제한됩니다. 그들도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정보를 접했을 뿐입니다.”
‘하틀랜드’ 저자 세라 스마시…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내밀하고 복잡한 가난
‘노력하는 개인은 성공한다’는 말로
무시되어왔던 ‘백인의 빈곤’ 들춰
책은 “의도적으로 무시되어온” 백인의 빈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히려 가난의 다층적인 결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역사적으로 억눌려왔고, 인종적·경제적 불이익을 동시에 겪는 유색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빈곤층 비율은 유색인이 백인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인구 규모 때문에 실제 빈곤 인구는 백인이 더 많습니다. 사회를 바꾸려면 두 지점 모두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가난한 백인은 인종적 특권과 경제적 불리가 한데 얽혀 있는 상황이 됩니다.”
책에선 빈곤층이 가난을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수치심’을 내면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난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문화는 가장 유해한 문화적 영향 중 하나입니다. 재산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면 돈으로 내적 가치도 평가하게 되죠. 사람의 가치에 대한 폄하가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은 뻔합니다.”
“조기 임신 하지 않아 경제적 안정”
농촌 출신 ‘개천 용’ 여성으로서
출산·육아가 빈곤에 미치는 영향
가난에 대한 수치심 문화 등 지적
10대 임신은 스마시 집안의 ‘유전력’과도 같다. 증조할머니, 외할머니, 어머니 모두 10대에 아이를 가졌고, 학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임시직으로 떠돌며, 남편의 폭력과 마약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려고 한 저자는 ‘오거스트’라는 태어나선 안 될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남의 입을 빌려서야 속말을 뱉어낼 수 있었던 <82년생 김지영>처럼 독특한 여성의 발화에 시선이 머문다. “여성의 경제적 경험을 재생산과 떼어놓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출산·육아가 빈곤을 가중시키고 빈곤은 모성을 더욱 힘겹게 만듭니다. 저의 모계에서 십대 때 아기를 낳지 않은 여자는 제가 처음이었고, 그것이 제가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빈곤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다루려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가난이 매우 내밀하고 개인적 경험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틀랜드’ 저자 세라 스마시…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내밀하고 복잡한 가난
책은 오거스트와 작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은 10대 임신이 흔하진 않지만, 역시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통한 경력단절로 재능과 야심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경제적 평등에 가까워지려면 완전한 재생산권을 가져야 하고, 육아휴직, 보편 보육, 모든 젠더와 인종, 계급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진심 어린 서술은 ‘가난의 복잡성’, 더 나아가 삶의 총체적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의 특수한 이야기이면서 한국의 보편적 상황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주 오래전, 제가 캔자스주 밀밭 옆 농가에서 살던 어린아이일 때의 일입니다. 우리 집에는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은 사람들, 대중문화나 뉴스에서 아예 보이지 않거나 왜곡 재현되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고 꿈꿨지만, 이 책이 국경을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는 언어, 지리, 그 밖의 상상의 경계를 넘어 우리를 하나로 이어줍니다. 제 가족 그리고 미국 경제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독자 여러분이 읽는다니 정말 뿌듯합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222136005&code=960205#csidx616c653fc52b366adb5e82239abee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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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스마시는 <하틀랜드>에서 미국 캔자스의 시골 농장(아래 사진)에서 빈곤층으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써내려간다. 자신의 가족사와 미국 현대사를 교차시키며 가장 개인적인 서술로부터 은폐된 사회 구조를 드러낸다. 민음사 제공
세라 스마시는 <하틀랜드>에서 미국 캔자스의 시골 농장(아래 사진)에서 빈곤층으로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써내려간다. 자신의 가족사와 미국 현대사를 교차시키며 가장 개인적인 서술로부터 은폐된 사회 구조를 드러낸다. 민음사 제공
“ ‘아메리칸 드림’에 일말의 진실은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라면 자신의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죠. 그렇지만 미국을 정확하게 바라보려면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말해야 합니다. 경제적, 인종적, 환경적,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미국 시골 백인 빈곤 여성’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자전적 에세이 <하틀랜드>의 저자 세라 스마시(40)는 미국 캔자스주의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조앤 쇼런스틴 펠로 교수 자리에 올랐다. 저자 소개만 보면 ‘개천에서 용이 난’ 성공 스토리를 떠올리기 쉽지만, <하틀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한 책이다. 스마시는 지난 15일 경향신문과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은 개인의 성공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 때문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내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날아간 캔자스. “거대한 문화적 황무지”인 그곳 사람들은 ‘레드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백인 노동 계층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는 트럼프 현상은 ‘백인 노동 계층 현상’이 아니라 ‘백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단 안에서도 정치적 견해차는 다양하기 때문이죠. 다만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들이 트럼프를 좀 더 지지한 것은 사실이고, 이들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정부의 공공안전 조치를 거부하는 성향도 강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골 노동 계급이 도시 고학력자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견해나 신념은 환경에 따라 형성되고 제한됩니다. 그들도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정보를 접했을 뿐입니다.”
‘하틀랜드’ 저자 세라 스마시…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내밀하고 복잡한 가난
‘노력하는 개인은 성공한다’는 말로
무시되어왔던 ‘백인의 빈곤’ 들춰
책은 “의도적으로 무시되어온” 백인의 빈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히려 가난의 다층적인 결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역사적으로 억눌려왔고, 인종적·경제적 불이익을 동시에 겪는 유색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빈곤층 비율은 유색인이 백인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인구 규모 때문에 실제 빈곤 인구는 백인이 더 많습니다. 사회를 바꾸려면 두 지점 모두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가난한 백인은 인종적 특권과 경제적 불리가 한데 얽혀 있는 상황이 됩니다.”
책에선 빈곤층이 가난을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수치심’을 내면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난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문화는 가장 유해한 문화적 영향 중 하나입니다. 재산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면 돈으로 내적 가치도 평가하게 되죠. 사람의 가치에 대한 폄하가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은 뻔합니다.”
“조기 임신 하지 않아 경제적 안정”
농촌 출신 ‘개천 용’ 여성으로서
출산·육아가 빈곤에 미치는 영향
가난에 대한 수치심 문화 등 지적
10대 임신은 스마시 집안의 ‘유전력’과도 같다. 증조할머니, 외할머니, 어머니 모두 10대에 아이를 가졌고, 학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임시직으로 떠돌며, 남편의 폭력과 마약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려고 한 저자는 ‘오거스트’라는 태어나선 안 될 아이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남의 입을 빌려서야 속말을 뱉어낼 수 있었던 <82년생 김지영>처럼 독특한 여성의 발화에 시선이 머문다. “여성의 경제적 경험을 재생산과 떼어놓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출산·육아가 빈곤을 가중시키고 빈곤은 모성을 더욱 힘겹게 만듭니다. 저의 모계에서 십대 때 아기를 낳지 않은 여자는 제가 처음이었고, 그것이 제가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빈곤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다루려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가난이 매우 내밀하고 개인적 경험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틀랜드’ 저자 세라 스마시…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내밀하고 복잡한 가난
책은 오거스트와 작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은 10대 임신이 흔하진 않지만, 역시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통한 경력단절로 재능과 야심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경제적 평등에 가까워지려면 완전한 재생산권을 가져야 하고, 육아휴직, 보편 보육, 모든 젠더와 인종, 계급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진심 어린 서술은 ‘가난의 복잡성’, 더 나아가 삶의 총체적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의 특수한 이야기이면서 한국의 보편적 상황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주 오래전, 제가 캔자스주 밀밭 옆 농가에서 살던 어린아이일 때의 일입니다. 우리 집에는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은 사람들, 대중문화나 뉴스에서 아예 보이지 않거나 왜곡 재현되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고 꿈꿨지만, 이 책이 국경을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는 언어, 지리, 그 밖의 상상의 경계를 넘어 우리를 하나로 이어줍니다. 제 가족 그리고 미국 경제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독자 여러분이 읽는다니 정말 뿌듯합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222136005&code=960205#csidx616c653fc52b366adb5e82239abee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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