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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CNN 생방 가고, 우크라전 ‘틱톡 라이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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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6회 작성일 22-02-28 21:03

본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날인 지난 25일, 폭격으로 부서진 키예프의 주택가 모습을 한 여성이 보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30년 전도 CNN 안방 ‘전쟁중계’ 논란…이젠 SNS 인플루언서 나서
전쟁참상 생생하나 가짜뉴스 많아…실시간 영상유통엔 신중해야


#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지난 24일 낮, <연합뉴스>는 공식 에스엔에스(SNS) 계정에 “현재 SNS상에서 연합뉴스를 사칭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연합뉴스>[2보] 푸틴, 우크라이나 동부서 전략 핵무기사용 승인 선포” 기사는 연합뉴스와 전혀 무관하다. 문제의 기사들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당일 오후 1시1분에 송고한 “[2보] 푸틴, 우크라이나 동부서 특별 군사작전 선포”를 제목을 바꿔 캡처한 사진이 돌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대응 매뉴얼에 따라 에스엔에스팀이 공식 계정에 입장을 내고 다른 커뮤니티에도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2. 회사원 김아무개씨가 있는 단톡방엔 24일 자신이 사는 지역 주민 단톡방에 올라온 우크라이나 침공 영상을 공유한다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어두운 밤 해안가 지역에 폭탄을 투하하는 전투기와 이에 반격하는 총탄의 모습까지 보이는 생생한 영상이었는데, 단톡방 다른 참여자로부터 이내 ‘특정 게임 영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91년 걸프전쟁은 소규모 미국 케이블 방송사이던 <시엔엔>(CNN)을 세계 주요 미디어로 끌어올린 계기였다. 시엔엔 취재팀은 미군의 바그다드 폭격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단독 생방송을 현지에서 내보내며, ‘안방에서 전쟁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대’를 불러왔다. 당시에도 전쟁을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비디오게임 보듯이 만든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최소한 ‘육하원칙’에 따른 기자들의 취재가 기반이 된 영상이었다. 그로부터 30여년, 이제 전쟁 뉴스의 주요 전달 통로는 시엔엔 같은 케이블채널을 포함한 전통 미디어보다 트위터,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모바일 소셜미디어가 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전쟁의 참상을 더 알 수 있게 됐다는 평가와 검증 안 된 허위정보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미국의 <악시오스>를 비롯한 몇몇 해외 언론들은 이번 사태에 ‘틱톡 전쟁’(TikTok War)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틱톡에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할 때부터 수주간 러시아군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다시 이 수백개 영상의 배경 풍경을 구글어스의 실제 데이터와 비교하는 방식 등을 이용해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인플루언서들 가운데 패션 등 일상생활 관련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다가 침공 이후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저항의 봉화’(<가디언>)가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영국 <가디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반전 시위 현장에서 라이브를 하거나, 사람들이 보내온 질문에 답하며 푸틴의 한밤 침공을 비판하는 비디오를 올린 러시아의 27살 틱톡 이용자 등을 소개하며 “신속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수백만명의 팔로워들을 확보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올라오는 글들이 푸틴 주장의 평판에 상당한 데미지를 입히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언론인 입장에서 봐도,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난 주장과 감성이 섞인 인플루언서들의 글이 전통 미디어의 보도보다 훨씬 더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연합뉴스>를 도용한 국내 사례에서 보듯 허위정보 확산에 대한 우려 또한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해외에선 러시아 쪽의 ‘정보 교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계정이 거짓 설명으로 포장된 오래된 비디오와 사진을 공유하는 사례도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소셜미디어의 강렬함과 즉각성은 정보와 허위정보가 지속적으로 서로 얽혀있는 새로운 종류의 ‘전쟁의 안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쪽을 비판하는 영상이나 사진 또한 때와 장소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국내 한 언론사 편집국 간부는 “에스엔에스엔 강렬한 사진들이 많은데 해외 전통 미디어들도 직접 현장을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탓인지 오히려 외신은 차분한 모습의 사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허위정보는 아니지만, 소셜미디어와 언론의 관계에서 생각해볼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요즘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은 각각 유튜브 채널에 우크라이나전쟁 ‘실시간 영상’을 <에이피>(AP)통신 등 외신 영상을 이용해 며칠째 내보내는 중이다. 이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던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실시간 채팅창에선 전쟁을 게임 보듯이 하거나 혐오성 댓글들도 섞여 올라온다. 방송사들이 채팅창에 대해 관리도 하지 않고, 전쟁의 맥락에 대한 정보나 해설도 없이 라이브로 내보내는 영상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중요한 콘텐츠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려는 방송사의 새로운 시도라 볼 수도 있지만, 더 빠르고 강렬하게 전쟁의 모습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게 어떤 효과를 낳는지 고민이 요구된다는 지적일 게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1>에 따르면 디지털뉴스의 주 이용경로(1순위)가 ‘소셜미디어’라 답한 비율은 46개국 평균 26%, 한국은 12%였다. 하지만 20대와 30대로 좁힐 경우 응답률이 각각 65%와 33%로 뛰어오른다.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과 함께 언론사들이 소셜미디어 활용에도 신중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전쟁이라는 인류의 가장 어두운 시기일수록 더욱.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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