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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대법원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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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19-11-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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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 큰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올 초 정년퇴임한 한 원로법관 퇴임의 변이 그러했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원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좋은 재판이다. 그렇다면 사법개혁 역시 국민들에게 좋은 재판을 제공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시선]대법원의 개혁
법원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권리를 침해당한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심판의 여러 단계를 거쳐 마지막 보루로 서있는 것이 대법원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중요한 것은 마지막 심판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장래에 제기되는 수많은 사건들에 판례로 적용되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독일의 대법원인 연방최고법원(BGH)에서는 판사 129명(16명이 대법관급의 재판장들)이 재판하고 있다. 17개의 5인 합의 재판부로 나뉘어 이들 법관이 해마다 처리하는 사건 수는 약 7000건이다. 독일에는 이 법원 이외에도 각기 다른 전문영역을 관할하는 연방노동법원, 연방사회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등 4개의 전문 대법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각 전문 대법원에 법관이 수십명 있으며, 여러 명씩 합의부를 구성하여 재판을 하고 있다. 오로지 홀로 존재하는 대법원인 한국 대법원의 대법관 수는 14명이다. 세 개의 4인 합의부가 한 해에 처리하는 사건 수는 약 4만건이다. 대법관 수가 독일 대법원 재판부의 숫자보다도 작고, 재판을 하는 법관 수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처리하는 사건 수가 여섯 배에 달하는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적의 뒤에 숨겨져 있는 비밀 가운데 하나는 합의부의 해체에 있다. 대법원의 재판이 실질적인 1인재판으로 전환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보조인력으로 연구관들이 있지만 그들은 대등한 토론자로서의 권한이 없다. 대법관 4명이 의견을 맞추고 토론해야 가능했던 일을 한 명이 하도록 한다면 몇 배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 과연 최고법원의 재판을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편견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며, 법관도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재판하여 부족한 능력과 관점을 서로 수정하고 보완하도록 마련한 것이 합의부 재판제도이다. 재판이 물건이라면 여러 사람이 검토하고 토론하여 결론을 내린 다른 나라 대법원의 재판을 수입하여 살 것인데, 재판은 물건이 아니기에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거액의 수임료를 마련하여 대법관 출신 전관변호사들을 찾는다. 사법신뢰의 굳건한 근간이 되어야 할 대법원 재판이 사법불신의 뿌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임 대법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상고법원 설립을 추진하였다. 대법원 사건 가운데에 중요하지 않은 사건을 상고법원이라는 새로운 법원에 맡겨 재판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급법원의 잘못된 판단을 교정하는 법원으로부터 중요한 법적 문제만을 판단하는 정책법원으로 대법원의 정체성을 바꾸는 계획이었다. 최고법원의 역할을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그에 관하여 토론하여야 했다. 그렇지만 대법원이 선택한 수단은 최고 권력자와 직접 통하는 직거래였고, 그 결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법농단사태이다.


얼마 전 대법원이 새로운 개혁안을 내놓았다. 모든 개혁에 우선해야 할 것이 대법원의 재판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임에도 그에 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의 판사를 대폭 늘리고, 새로운 전문 법원들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대법원은 그 방안에 관한 언급조차 꺼린다. 본업을 다루는 장치가 오래전부터 망가진 채 방치되어 있다는 것. 우리 대법원은 언제쯤 그것을 인정하고 개선에 나설까? 사법권력은 붙들고 떠받든다고 해서 지킬 수 있는 권력이 아니다. 사법권력은 다른 어느 곳이 아닌, 국민들의 신뢰로부터 나오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082045005&code=990100#csidx3787224b83f1e5f94633789320d76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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